들어가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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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잡은 다음 #2: 진통제 말고 치료제
큰 나라들이 큰소리를 내는 이유, 그리고 성장을 만드는 자리에 대하여
※ 필자는 LG AI연구원에서 일한다. 이 글은 회사 입장이 아닌 개인 의견이며, 2026년 10월 16일까지 공개된 자료(공시, 회사 발표, 언론 보도)만 썼다. 확인된 사실과 그로부터의 추론, 내 의견을 구분해 적는다.
※ 이 글은 「따라잡은 다음」 연작의 1편이다. 1편은 회사 안쪽에서 기업 연구소의 역할을 묻고, 2편은 회사 바깥으로 시야를 넓혀 큰 나라들이 큰소리를 내는 지금 그 역할이 왜 회사 하나의 문제가 아닌지 묻는다.
연구를 넘어서
요즘 한국 AI 업계에서 가장 자주 듣는 질문은 이것이다. "언제 따라잡나?"
GLM, DeepSeek, Qwen 같은 중국 오픈 모델 최상위에 언제 닿느냐, 벤치마크 몇 점 차이냐. 독파모 잘 되고 있는 것 맞냐? (과기정통부는 독자파운데이션 모델이라는 글로벌 최정상급 AI 모델 대비 95% 이상의 성능 확보 및 오픈소스 확산을 목표로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줄여서 독파모)
따라잡기는 중요하다. 연구소가 반드시 달성해야 할 목표이고, 달성될 목표라고 믿는다. 다만 그것은 입장권이다. 입장한 다음에 무엇을 할지는 따로 정해야 한다.
기준점부터 보자. 중국 랩의 주력 모델은 상당수가 MIT나 Apache 2.0 라이선스로 가중치(모델 파일)까지 공개돼 있다. API로 빌려 써도 싸다. 2026년 10월 현재 100만 토큰당 입력/출력 기준으로 GLM-5.3-Flash가 $0.15/$0.50, DeepSeek V4.1-Flash가 $0.30/$1.20이다. 한국 모델이 GLM급에 도달하는 건 축하할 일이지만, 시장에서 보면 이미 공짜로 쓸 수 있는 수준에야 막 도달한 셈이다. 그 사이 다음 모델이 나온다.
따라잡기는 끝나는 게임이 아니라, 계속 뛰어야 제자리인 러닝머신이다.
따라잡은 다음 #1: 기업 연구소는 무엇을 해야 하나
Mistral·중국 랩·빅테크 연구소에서 본 것들, 그리고 LG AI연구원이 갈 길
본문
※ 이 글은 2026년 10월까지 공개된 자료를 바탕으로 썼다. 확인된 사실과 그 사실에 대한 나의 해석을 구분하려 했다.
AI 시대의 일을 상상하는 이야기는 점점 혼자가 되는 쪽으로 기운다. 곧 한 사람이 AI만 데리고 10억 달러짜리 회사를 만든다는 것이다. Sam Altman은 테크 CEO들끼리 첫 '1인 10억 달러 기업'이 나오는 해를 두고 내기를 하고 있다고 말했고, Dario Amodei는 그 시점을 2026년으로 꼽기까지 했다. 1인 10억 달러 기업 전망 실제로 직원 두 명으로 올해 18억 달러 매출을 바라보는 회사도 나왔다. 이 회사 이야기는 뒤에서 자세히 하겠다.
나는 반대로 생각한다. AI가 아무리 똑똑해져도 우리는 여전히 같이 일할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게 된 계기는 얼마 전 SNS에서 지나가듯 본 한 문장이었다. 기업은 이미 존재하던 초지능이다. 처음엔 말장난처럼 들렸는데, 곱씹을수록 설득력이 있었다.
이 문장이 맞다면 질문이 바뀐다. 1인 기업론은 AI라는 새 초지능이 기업이라는 옛 초지능을 대체한다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먼저 물어야 할 것은 두 초지능이 어떻게 다르고, 각자 무엇을 잘하느냐다.
이 글에서 따라갈 순서는 이렇다.
기업은 어떤 초지능인가 → 그 초지능은 무엇을 잘하는가 → 기업의 병목은 무엇이었나 → 가장 강한 반론과 그 시험대 → 그래도 우리가 같이 일할 이유
그래도 우리는 같이 일한다
기업이라는 오래된 초지능과, 1인 기업의 시대가 오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는 이유
본문
※ 이 글은 2026년 10월까지 공개된 자료를 바탕으로 썼다. 확인된 사실, 그 사실에 대한 나의 해석, 아직 증거가 없는 가설을 구분하려 했다. 《프로젝트 헤일메리》의 결말은 다루지 않는다.
‣(1부)에서 나는 기업이 이미 존재하던 초지능이라고 썼다. 그 초지능이 잘하는 일은 생각이 아니라 낯선 사람들을 같이 일하게 만들고 그 결과를 책임지는 일, 줄여서 묶고 책임지는 일이었다. AI는 생각하는 비용을 놀랍도록 낮추지만 그 일까지 대신하지는 못하니, AI가 아무리 똑똑해져도 우리는 같이 일할 것이라는 결론이었다.
그런데 이 결론에는 반대쪽에서 들어오는 질문이 하나 남는다. 1부의 AI는 기업 안에 들어오는 새 동료였다. 만약 그 동료가 스스로를 개선하기 시작한다면 어떨까. 더 똑똑한 자신을 만들고, 그 자신이 다시 더 똑똑한 자신을 만든다면. 재귀적 자기개선이라고 부르는 이 고리가 충분히 빨리 돈다면, 오래된 초지능에 기댈 필요도 결국 사라지지 않을까.
이번 글은 그 질문을 따라간다. 결론부터 말하면, 나는 이 고리에도 1부의 그 일이 박혀 있다고 생각한다. 지능이 스스로를 키우려면 자원이 필요하고, 자원을 얻고 쓰는 일은 다시 묶고 책임지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 글에서 따라갈 순서는 이렇다.
똑똑한 것과 강한 것의 차이 → 재귀적 자기개선의 세 칸 → 세 번째 칸은 1부의 그 일이다 → AI는 지갑과 법인격을 가질 수 있는가 → 그래도 남는 위험
로키와 그레이스, 누가 더 똑똑한가
똑똑한 것과 강한 것은 다르다
그래도 우리는 같이 일한다, 2부: AI는 스스로를 키울 자원과 권한까지 가질 수 있을까

조직 리팩토링은 누가, 언제 하는가
리더가 저절로 생기지 않는 팀에서 1on1의 주기와 정리의 타이밍을 고민하며
본문
프롬프트를 고치고, 컨텍스트를 채우고, 하네스를 짠다. 이름은 달라도 모두 AI를 더 잘하게 만들려는 시도다. 그런데 이제는 그 시도 자체도 AI에게 시킬 수 있다. 지시문을 다듬어 달라고 하고, 필요한 정보를 찾아 정리하게 하고, 일을 오래 이어가기 위한 실행 구조까지 만들게 한다.
그러다 보면 이런 생각이 든다. 어쩌면 사람들이 AGI를 체감하는 순간은 AI가 특정 시험에서 몇 점을 받는 날보다, 내가 조금 손봐서 더 잘하게 만들 여지가 잘 보이지 않는 날에 가까울지도 모른다. 예전에는 내가 한 줄을 보태면 결과가 달라졌는데, 이제는 무엇을 보탤지 찾는 일부터 AI에게 맡기는 편이 나아지는 것이다.
물론 내가 고칠 수 없다는 사실만으로 AGI가 되지는 않는다. 내가 잘 모르는 소프트웨어도 이미 많다. 그래도 이 감각은 질문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AI가 사람의 일을 하나씩 가져가는 동안, AI를 개선하는 일은 어디까지 사람의 몫으로 남아 있을까.
무엇을 바꾸고 있는가
먼저 이름을 정리해 보자. 프롬프트, 컨텍스트, 하네스는 서로 완전히 분리된 기술이 아니다. 겹치는 부분이 있고, 실제 제품에서는 한꺼번에 쓰인다. 그래도 무엇을 바꾸는지에 초점을 맞추면 구분할 수 있다.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은 모델에게 주는 지시와 예시, 출력 조건을 다듬는 일이다. 같은 질문도 어떤 역할을 부여하고 어떤 기준을 알려 주느냐에 따라 답이 달라진다. 사람이 모델과 대화하면서 가장 먼저 만지는 부분이다.
컨텍스트 엔지니어링은 모델이 이번 추론에서 보게 될 정보를 구성하는 일이다. 지시문뿐 아니라 대화 기록, 검색한 문서, 도구 실행 결과, 기억까지 포함한다. 자료를 많이 넣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무엇을 찾고, 남기고, 압축하고, 버릴지를 결정해야 한다. Anthropic도 프롬프트 작성에서 나아가 컨텍스트 전체를 관리하는 문제로 이 용어를 설명한다. 컨텍스트 엔지니어링
프롬프트, 컨텍스트, 하네스, 그리고 그다음
AI를 개선하는 모든 일은 어디까지 AI에게 넘어가는가
본문
※ 이 글은 2026년 8월 27일까지 공개된 자료를 바탕으로 썼다. 발표된 제품 사양과 프레임워크, 그 사실에서 도출한 해석, 나의 산업적 판단을 구분한다. 특정 주식에 대한 투자 권유가 아니다.
이 질문에 답하기에는 타이밍이 묘하게 정확하다.
불과 이틀 전인 2026년 8월 25일, Apple은 M5 Max와 M5 Ultra를 탑재한 새 Mac Studio를 발표했다. M5 Ultra는 최대 512GB 통합 메모리와 1.2TB/s 메모리 대역폭을 제공한다. Thunderbolt 5와 RDMA로 여러 대를 묶을 수 있고, Apple은 4대 구성에서 단일 시스템보다 분산 AI 추론이 최대 3배 빠르다고 밝혔다.
WWDC26에서는 아예 Mac에서 로컬 AI 에이전트를 실행하는 법과 여러 대의 Mac으로 분산 추론·학습하는 법을 각각 한 세션씩 배정했다.
이 정도면 방향은 선명하다.
Apple은 Mac을 단순히 “AI 기능이 들어간 PC”로 만들려는 게 아니다. Mac 자체를 로컬 에이전트 런타임이자 개인과 팀을 위한 AI 장비로 만들려 한다.
다만 흥분하기 전에 날짜를 한 번 더 봐야 한다.
새 Mac Studio는 9월 22일부터 출하되고 512GB 구성은 10월 말에 나온다. 8월 27일 현재 우리가 가진 성능 수치는 2026년 7월 Apple이 직접 측정한 up to 결과다. 4대 구성 최대 3배도 아직 독립 벤치마크로 검증되지 않았다.
애플은 AI 에이전트 시대의 최종 승자가 될 수 있는가
최고의 모델이 아니라 에이전트가 일하는 몸과 환경을 장악하는 회사
본문
※ 이 글은 2026년 8월까지 공개된 자료를 바탕으로 쓴 사변적 에세이다. 확인된 사실, 그 사실로부터의 추론, 아직 증거가 없는 가설을 의도적으로 구분한다. ‘비밀 초지능이 이미 존재한다’는 주장이 아니다.
요즘 AI 회사들의 발표를 읽다 보면 가끔 이상한 기분이 든다.
모두가 아주 중요한 말을 하고 있는데, 아무도 그 말을 대단한 비밀처럼 말하지 않는다.
Anthropic은 자사 코드베이스에 합쳐지는 코드의 80% 이상을 Claude가 작성한다고 밝혔다. OpenAI는 GPT‑5.3‑Codex를 두고 “자기 자신을 만드는 데 결정적으로 쓰인 첫 모델”이라고 표현했다. Google DeepMind의 AlphaEvolve는 Google 데이터센터를 더 효율적으로 운영하고, 차세대 TPU 회로에 반영됐으며, Gemini의 학습시간까지 줄였다.
이 문장들을 하나씩 보면 자연스럽다.
AI 회사가 좋은 코딩 AI를 업무에 쓰는 게 뭐가 이상한가. 반도체 회사가 자기 칩으로 다음 칩을 설계하고, 소프트웨어 회사가 자기 개발도구로 다음 버전을 만드는 것과 비슷해 보인다.
그런데 세 문장을 빨간 실로 이어 붙이면 조금 다른 그림이 나온다.
비밀 프로젝트가 무서운 게 아니다
Google의 조용한 신호와 AI가 다음 AI를 만드는 폐쇄회로

돌은 다시 굴러떨어지고, 물은 계속 흐른다
카뮈에서 《진격의 거인》, 낙천적 허무주의, 《도덕경》까지

AI가 일을 시작하면 CPU도 바빠진다
에이전틱 AI가 키우는 범용 컴퓨팅 수요와, 투자에서 봐야 할 이익의 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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