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필자는 LG AI연구원에서 일한다. 이 글은 회사 입장이 아닌 개인 의견이며, 2026년 10월 16일까지 공개된 자료(공시, 회사 발표, 언론 보도)만 썼다. 확인된 사실과 그로부터의 추론, 내 의견을 구분해 적는다.
연구를 넘어서
요즘 한국 AI 업계에서 가장 자주 듣는 질문은 이것이다. "언제 따라잡나?"
GLM, DeepSeek, Qwen 같은 중국 오픈 모델 최상위에 언제 닿느냐, 벤치마크 몇 점 차이냐. 정부가 GPU와 데이터를 지원하고 단계마다 평가해 팀을 떨어뜨리는 국산 모델 사업, 이른바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사업(독파모)에서 누가 몇 등을 했느냐.
따라잡기는 중요하다. 연구소가 반드시 달성해야 할 목표이고, 달성될 목표라고 믿는다. 다만 그것은 입장권이다. 입장한 다음에 무엇을 할지는 따로 정해야 한다.
바닥부터 보자. 중국 랩의 주력 모델은 상당수가 MIT나 Apache 2.0 라이선스로 가중치(모델 파일)까지 공개돼 있다. API로 빌려 써도 싸다. 2026년 10월 현재 100만 토큰당 입력/출력 기준으로 GLM-5.3-Flash가 $0.15/$0.50, DeepSeek V4.1-Flash가 $0.30/$1.20이다. 한국 모델이 GLM급에 도달하는 건 축하할 일이지만, 시장에서 보면 이미 공짜로 쓸 수 있는 수준에 막 도착한 셈이다. 그 사이 다음 모델이 나온다.
따라잡기는 끝나는 게임이 아니라, 계속 뛰어야 제자리인 러닝머신이다.
미국 오크리지 국립연구소의 Frontier 슈퍼컴퓨터. 모델 경쟁은 이런 설비를 계속 사들이는 경쟁이기도 하다. 사진: Oak Ridge National Laboratory, CC BY 2.0
정부도 이걸 알아챈 것 같다. 과기정통부는 독파모를 이어가면서 별도의 프론티어 AI 사업을 2027년 예산안에 약 5.2조 원 규모로 올렸고, 보도에 따르면 "글로벌 최신 모델 대비 95%"라는 기존 목표도 버리고 새 기준을 짜는 중이다.
밝혀 둘 것이 있다. 2026년 8월 독파모 2차 평가에서 LG AI연구원은 종합 69.0점으로 네 팀 중 3위였고, 벤치마크 항목만 보면 4위였다. 전문가 평가 1위, 사용자 평가 2위로 버텼다. (MTN) 그러니 "따라잡기는 입장권"이라는 말이 벤치마크에서 밀린 쪽의 변명으로 들릴 수 있다는 걸 안다. 따라잡기를 가볍게 보자는 말이 아니다. 따라잡기와 별개로, 그다음에 연구소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도 지금부터 고민해야 한다는 말이다.
그래서 이 글은 연구 이야기를 넘어 기업 연구소의 역할을 고민한다. 먼저 모델 시장이 어떻게 생겼는지, 돈을 버는 AI 회사와 빅테크 연구소는 어떻게 일하는지 사례를 모았다. 그다음 LG의 현재 위치를 공개 자료로 보고, 마지막에 LG AI연구원이 어디로 가야 하는지 내 제언을 적는다. 조금 길다.
1부. 시장은 어떻게 생겼나
Mistral: 주권을 계약으로 판다
중국 오픈 모델이 거의 공짜인 시장에서, 중국 모델보다 성능이 앞서지도 않는 모델로 돈을 버는 회사가 있다. 프랑스의 Mistral이다. 2023년에 세워진 스타트업이고 모델 상당수를 가중치까지 공개한다. 그러면서도 실제 매출을 내고 있어 한국 AI 업계가 자주 꺼내는 비교 대상이다.
먼저 눈에 띄는 건 최대 투자자가 곧 고객이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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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9월 Series C 17억 유로. 그중 13억 유로를 ASML이 냈고 약 11% 지분을 가졌다. ASML은 투자와 함께 자사 제품과 R&D 전반에 Mistral 모델을 쓰는 장기 협력 계약을 맺었다. (AS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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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가 밝힌 고객 규모는 "20개국, 125개 이상 글로벌 기업"이다. 매출은 공식 발표에 없고, CEO 인터뷰를 인용한 보도로는 2026년 초 연 환산 매출이 4억 달러를 넘었다. (Sacra)
가격표를 보면 구조가 더 분명해진다. Mistral 가격 페이지에 가격이 적힌 상품은 개인·팀 구독(월 $14.99, 사용자당 월 $24.99)과 토큰 단위 API뿐이다. 기업용 프라이빗 배포, 기업 데이터로 모델을 다시 학습해 주는 Forge, 사람을 붙여 도입을 돕는 Applied AI services, 여러 해 약정으로 파는 Compute는 전부 "영업팀에 문의"다. 공개 가격은 미끼 상품에만 붙어 있고, 돈이 되는 상품은 전부 계약으로 판다.
Forge 고객은 ASML, Ericsson, 유럽우주국(ESA), 싱가포르 국방과학연구소(DSO)와 내무부 산하 과학기술청(HTX)이다. 데이터를 밖으로 내보낼 수 없고, 누구의 모델을 쓰는지가 그 자체로 정치적인 곳들이다. Mistral이 파는 건 "당신의 데이터가 당신의 통제 아래 있고, 미국이나 중국 회사의 모델에 기대지 않는다"는 약속이다. 업계에서는 이를 소버린(sovereign), 곧 주권 AI라고 부른다. 성능은 그 약속을 믿게 할 만큼만 좋으면 된다.
이 투자자 명단은 한국 대기업에도 질문을 던진다. 제조 대기업이 외부 AI 랩의 지분을 사고, 그 랩의 맞춤 모델을 자기 공장에 들이는 방식이다. 삼성전자는 이미 이 길을 골랐다. 자체 연구소를 가진 그룹이라면 언젠가 이사회에서 "우리도 그냥 Mistral 같은 데 투자하면 되지 않나?"라는 질문을 받게 될 것이다.
온프렘은 해자지만 엔진은 아니다
주권을 파는 가장 직접적인 방법은 고객의 서버에 모델을 설치해 운영하는 온프렘(on-premises)이다. 그런데 이 길을 먼저 걸은 회사가 방향을 틀었다. GLM을 만드는 Z.AI다.
Z.AI의 2025년 연간보고서를 보면 매출의 73.7%가 온프렘이었다. 중국 정부, 국영기업, 대기업에 모델을 설치해 주는 사업이다. 2026년 상반기 반기보고서에서는 이 비중이 13.5%로 내려갔다. API 매출이 급증해 비중만 줄어든 게 아니다. 온프렘 매출 금액 자체가 전년 같은 기간보다 20.5% 줄었다. 회사는 온프렘 소프트웨어 라이선스 사업을 스스로 줄였다고 밝혔고, 일부 고객이 온프렘에서 클라우드로 옮겨 갔다고 적었다. 온프렘 매출총이익률도 59.1%에서 37.9%로 떨어졌다.
이 숫자를 "온프렘은 망한다"로 읽을 필요는 없다. 다만 주권을 원하는 고객조차 모델이 좋아지면 더 편한 쪽으로 옮겨 간다는 신호로는 읽을 만하다. 고객마다 사람이 붙어야 하는 사업은 마진이 좋아도 커지기 어렵다.
경쟁자도 들어오고 있다. Anthropic은 1억 달러를 들여 2027년 말까지 현장 배포 엔지니어 1만 명을 키운다고 발표했고, Accenture, Deloitte, McKinsey 등을 파트너로 내세웠다. (Anthropic) OpenAI도 배포 전담 조직을 따로 만들었다. 모델에 사람을 붙여 고객사에 도입하는 사업을 프론티어 랩들이 대규모로 하겠다는 뜻이다.
중국 랩은 어디서 경쟁자인가
그럼 중국 랩은 한국 AI 회사의 경쟁자일까. 시장마다 다르다.
한국 일반 기업 시장에서는 클라우드를 타고 들어온다. Alibaba Cloud는 2026년 8월 한국에 세 번째 데이터센터를 열고 메가존소프트와 손잡았다. (Alibaba Cloud) 규제가 없는 기업에게 Qwen은 메뉴판의 저렴한 선택지 중 하나다.
해외 소버린 시장에서는 정면 경쟁자다. Z.AI가 Huawei 하드웨어와 묶어 말레이시아, UAE, 사우디 같은 나라의 정부와 국영기업에 LLM을 공급한다는 분석이 있다. (The Standard) 다만 UAE나 사우디에게는 한국 모델도 외국 모델이다. 한국 회사가 그 시장에서 내세울 수 있는 건 기껏해야 "미국과 중국 말고 제3의 선택지"라는 약한 차별점이다.
공급 리스크는 양쪽에 다 있다. 2026년 들어 미국 정보기관은 주요 중국 랩을 "증류 캠페인"으로 지목했다. 증류(distillation)는 큰 모델의 출력으로 작은 모델을 학습시키는 방식이다. 중국 상무부도 최첨단 모델의 해외 제공 제한을 논의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TechCrunch) 미국 모델이라고 안전한 것도 아니다. 수출 통제와 가격 정책은 언제든 바뀐다. 남의 모델에 기대는 쪽은 어느 나라 모델이든 같은 위험을 진다.
1부를 정리하면 이렇다. 모델 성능의 바닥은 계속 올라가고 값은 계속 내려간다. 돈은 모델 자체보다 모델을 고객의 데이터와 업무에 붙이는 일에서 나오고, 그 일에도 경쟁자가 몰려들고 있다.
2부. 빅테크 연구소는 어떻게 일하나
이제 회사 안쪽으로 들어가 보자. 큰 회사들은 연구소에 어떻게 돈을 대고, 연구소는 그 돈을 어떻게 회사에 돌려주나. 정답을 찾으려는 게 아니라 사례를 모아 보려는 것이다. 각 회사는 사업 구조가 달라서 같은 방식이 다른 회사에 그대로 통하지는 않는다.
돈을 대는 네 가지 방식
공개 자료로 모아 보면 연구소에 돈을 대는 방식은 크게 넷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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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사가 직접 낸다. Microsoft Research, NVIDIA Research, Nokia Bell Labs가 그렇다. 장기 연구를 할 여유가 생기는 대신, 손익표에는 "비용"으로만 보인다. 본사 사정이 나빠지면 먼저 잘린다. 2026년 9월 보도에 따르면 Nokia는 Bell Labs 연구 인원을 2024년 681명에서 2027년 말 408명으로 줄일 계획이다. (Light Read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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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부가 낸다. IBM은 한때 사업부가 1달러를 내면 Research가 1달러를 보태는 방식으로 연구비를 나눴다. (IEEE Spectrum) 기술이 제품으로 넘어가는 길은 저절로 생기지만, 과제가 단기 위주가 되기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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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 법인이 그룹에 청구한다. 연구소를 자회사로 세우고 그룹 회사들에 연구 용역을 제공한 대가를 받는다. 영국 법인 DeepMind가 장부상 이 유형인데, 2019년 매출 £266M에 손실 £477M이던 회사가 이듬해 매출 £826M에 흑자로 돌아섰다. 그 매출과 이익은 그룹이 얼마를 내기로 정하느냐에 달린 숫자다. (2020 감사보고서, CN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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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 조직 안으로 들어간다. Microsoft AI는 외부 모델이 처리하던 Excel과 Outlook 일부 트래픽을 자체 모델로 옮기고 있다. (TNW) 연구의 가치를 "외부 모델 구매비 절감"으로 바로 셀 수 있는 대신, 연구가 제품 로드맵에 묶인다.
Alphabet: 모델 하나가 모든 사업의 바닥이 된다
Alphabet은 장부를 두 개 쓴다. 법인 단위로는 DeepMind가 그룹에 청구하지만, 그룹 전체 손익에서는 2023년부터 Google DeepMind 비용을 어느 사업부에도 배분하지 않는 그룹 차원 비용으로 옮겼다. 원래 Google 서비스 사업부 안에 있던 Brain도 이때 함께 옮겨 갔다. 2025년 이 항목의 손실은 168억 달러다. (Alphabet 10-K) 검색 광고 사업부가 "올해 실적이 안 좋으니 Gemini 예산을 줄이자"고 말할 수 없는 구조다.
그 대가는 여러 사업에서 동시에 돌아온다. 검색의 AI Mode는 월 이용자 10억 명을 넘었고, Gemini 앱은 월 9.5억 명이 쓴다. (Alphabet Q2 2026) 가장 큰 돈은 클라우드에서 나온다. 2026년 1분기 Google Cloud 매출은 63% 늘어 처음으로 분기 200억 달러를 넘었고, 아직 매출로 잡히지 않은 계약 잔고는 4,600억 달러를 넘었다. Google 생성형 모델로 만든 제품의 매출은 약 800% 늘었다. (Alphabet Q1 2026) 모델을 만드는 데 쓴 칩(TPU)까지 이제 외부 고객에게 판다.
Meta: 다시 레이스로 돌아왔고, AI를 쓸 곳이 많다
Meta는 1년 전만 해도 경쟁에서 밀린 쪽으로 보였다. 2025년 Llama 4의 반응이 좋지 않았고, 조직을 Meta Superintelligence Labs(MSL)로 다시 짜는 과정에서 기초연구 조직 FAIR를 포함해 약 600명을 줄였다. (Business Standard) 그 직후 Yann LeCun이 떠났다.
2026년, MSL은 결과로 답했다. 4월에 첫 모델 Muse Spark를 냈고, 10월 12일에는 Muse Wonder를 "가장 뛰어난 모델"이라며 공개했다. (Meta) 독립 평가 기관 Artificial Analysis의 지수로 보면 Muse Spark 1.0이 43점이었는데 Muse Wonder Full은 56점이다. 1위는 아니지만 선두권 바로 아래까지 올라왔다. (Artificial Analysis) 기초연구를 줄이고 프론티어 모델에 집중한 결정이 Meta를 다시 레이스에 데려다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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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 광고 순위 모델 GEM과 새 추천 모델을 함께 쓴 결과 Facebook 광고 클릭이 8.3%, 전환이 15.7% 늘었다. AI로 광고를 자동 운영하는 Advantage+는 연 환산 매출 750억 달러를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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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메시징: WhatsApp 유료 메시징이 이끈 기타 매출이 처음으로 분기 10억 달러를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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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ta AI와 안경: Muse Spark를 넣어 Meta AI를 다시 만든 뒤 하루 이용자가 60% 늘었다. 새 안경은 Muse Spark를 처음부터 싣고 나온다.
Adobe: 한 제품군 안에서 연구가 기능이 된다
Adobe Research는 연구가 제품으로 넘어가는 길을 잘 닦아 둔 사례로 자주 거론된다. 2009년 Princeton과 함께 쓴 PatchMatch 논문이 이듬해 Photoshop의 Content-Aware Fill이 됐고, 최근에는 생성형 AI 제품군 Firefly에 30개 이상의 프로젝트로 참여했다. (Adobe Research) 해마다 고객 행사 Adobe MAX의 Sneaks 세션에서 아직 제품이 아닌 기술을 시연하는데, 2024년 Sneak였던 Turntable은 곧바로 Illustrator에 들어갔다. (Adobe Research)
다만 Adobe는 LG와 사정이 많이 다르다. 연구 결과가 떨어질 곳이 Creative Cloud라는 하나의 소프트웨어 제품군으로 정해져 있고, 고객도 같은 창작자들이다. 그래서 연구 하나가 바로 기능이 되고, 무대 위 시연이 바로 시장 조사가 된다. 이 방식은 참고는 되지만 그대로 따라 할 모델은 아니다.
NVIDIA: 처음부터 회사에 이로운지 묻는다
NVIDIA Research는 약 400명 규모다. Bill Dally가 이끄는 이 조직은 프로젝트를 시작하기 전에 세 가지를 묻는다. 연구팀이 맡는 게 맞는지 제품팀이 맡는 게 맞는지, 최고 학회에 낼 수준인지, NVIDIA에 분명히 이로운지. (NVIDIA) 그렇게 고른 연구에서 딥러닝 라이브러리 cuDNN, 게임 그래픽 기술 DLSS, GPU 연결 기술 NVLink가 나왔다.
사람을 쓰는 방식: 박사와 연구 인턴
연구소의 가장 큰 자원은 사람이다. 빅테크는 최고 수준의 박사와 연구 인턴을 이렇게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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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ogle은 12~14주짜리 여름 연구 인턴과 별도로, 기간과 근무 시간을 프로젝트에 맞춰 정하는 Student Researcher 제도로 학기 중에도 장기 협업을 받는다. (Goog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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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obe는 2016년 공식 블로그에서 여름이면 연구소 인원이 약 3배가 되고, 제품에 들어간 기술의 약 50%가 인턴이나 대학 협력자가 참여한 프로젝트에서 나왔으며, 전년도 북미 연구직 신규 채용의 64%가 전직 인턴이었다고 밝혔다. (Adobe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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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thropic의 Fellows 프로그램은 4개월 동안 멘토가 제안한 과제로 실증 연구를 한다. 2025년 이후 200명 이상이 참여했고, 65% 이상이 결과를 공개했으며, 35% 이상이 정규직이 됐다. (Anthrop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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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AI연구원도 해외 대학 석·박사 과정생을 대상으로 13주 여름 인턴을 운영하고, 공고에 "멘토와 연구하고 비즈니스 현장에 적용한다"고 적어 두었다. (LG AI연구원 2025 인턴 공고)
공통점은 인턴을 교육 프로그램이 아니라 연구 역량이자 채용 경로로 쓴다는 것이다. 정규 연구원이 회사의 문제를 쥐고, 인턴이 그 문제에서 논문을 뽑고, 그 과정이 채용으로 이어진다.
2부 정리
사례들의 공통점이 하나 있다. Alphabet은 검색과 클라우드, Meta는 앱과 광고, Adobe는 Creative Cloud, NVIDIA는 GPU처럼 연구가 떨어질 자리가 분명하다. 연구소가 좋은 결과를 내면 그것을 받아 수억 명에게 내보낼 제품 표면이 있다. 그리고 그 표면이 넓을수록, 회사는 연구소에 큰돈을 오래 댈 이유를 찾는다.
3부. LG는 지금 어디에 있나
연구가 떨어질 자리가 흩어져 있다
LG는 사정이 다르다. 2025년 주요 계열사 매출을 보면 LG전자 89.2조 원, LG화학 45.9조 원(LG에너지솔루션 포함), LG디스플레이 25.8조 원, LG이노텍 21.9조 원, LG유플러스 15.5조 원, LG생활건강 6.4조 원, LG CNS 6.1조 원이다(각 사 잠정 실적 보도 기준). 대부분 제조와 기업 간 거래다. 수억 명이 매일 여는 앱도, 모델을 얹어 팔 대형 클라우드도 없다.
이건 LG만의 사정이 아니다. 삼성, SK, 현대차를 포함해 한국 대기업 대부분이 비슷하다. 소비자 플랫폼보다 공장, 소재, 부품이 사업의 중심이다. 그래서 "큰 모델 하나를 만들어 모든 사업에 깐다"는 Alphabet과 Meta의 방식은 그대로 옮겨 오기 어렵다. 연구가 떨어질 자리가 수백 개의 공정과 실험실로 흩어져 있다.
LG AI연구원이 해 온 일
LG AI연구원이 지금까지 한 일을 보면 이 구조가 드러난다. 회사가 밝힌 숫자로는 2020년 설립 이후 산업 현장의 난제 100여 건을 풀었고, 주요 학회 논문 368편을 냈다. (바이라인네트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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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개 모델: K-EXAONE 2.0을 2026년 7월 Apache 2.0으로 공개했다. 그 전까지 EXAONE은 상업적 이용을 막은 비상업 라이선스였다. (Korea JoongAng Daily)
하나하나는 의미 있는 성과다. 하지만 Meta의 광고 모델처럼 "이 연구 하나가 회사 매출을 몇 퍼센트 바꿨다"고 말할 수 있는 사례는 아직 없다. 성과가 수백 개의 현장으로 흩어지는 구조라서 더 그렇다.
돈은 어떻게 오고, 계열사는 무엇을 고르나
LG AI연구원은 별도 법인이 아니라 ㈜LG가 100% 가진 ㈜LG경영개발원의 한 사업 부문이고, 계열사에 연구 용역을 제공하고 용역비를 받는다. DART 감사보고서를 보면 이 "AI연구용역" 매출은 2021년 534.7억 원에서 2025년 1,679.6억 원으로 늘었고, 2025년 증가율은 +6.1%였다. LG경영개발원 전체 매출의 99.6%가 계열사에서 나오고, 그중 약 40%를 LG전자 한 곳이 낸다. 앞의 분류로 보면 별도 법인이 그룹에 청구하는 방식이면서, 실제로는 사업부가 내는 방식에 가깝다. 규모는 Z.AI가 반년 동안 R&D에 쓴 돈의 절반이 안 된다.
그리고 계열사는 이미 다른 선택지를 쥐고 있다. 2026년 6월 그룹 IT를 맡은 LG CNS는 Anthropic과 "LG그룹 전 계열사에 적용 가능한" Claude Enterprise 계약을 맺었다. (CEO스코어데일리) 계열사는 연구원이 아니어도 좋은 모델을 쓸 수 있다. 계열사가 용역비를 계속 낼 이유는 결국 "연구원만 줄 수 있는 것"에 달려 있다.
다른 한국 그룹은
4부. LG AI연구원이 갈 길: 제언
여기서부터는 내 의견이다. 빅테크의 방식을 그대로 가져오기보다, LG처럼 연구가 떨어질 자리가 흩어진 회사에 맞는 방식을 생각해 봤다.
1. 그룹의 "문제 해결 엔진"이 되자
LG AI연구원의 일은 범용 모델 회사와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계열사의 문제를 푸는 것이라고 본다. 범용 대화나 코딩은 외부 모델이 이미 잘한다. 연구원이 집중할 곳은 외부 모델이 닿지 못하는 곳이다. 밖으로 내보낼 수 없는 공정 데이터, 실험실의 소재 데이터, 기기 안에서 돌아야 하는 모델처럼 LG의 데이터와 물리적 현장이 붙어 있어야 풀리는 문제들이다.
그러려면 수백 개 현장에 흩어진 문제 가운데 몇 개를 골라 깊게 들어가야 한다. 고르는 기준은 셋이면 된다고 본다. 데이터가 쌓여 있는가, 풀리면 숫자가 바뀌는가, 그 문제를 풀면서 연구자가 논문을 쓸 수 있는가. 소재와 화학, 배터리, 제조 공정, 기기용 온디바이스 모델 같은 몇 개의 축을 정하고, 축마다 계열사 연구소와 함께 다년 과제를 짜는 방식이다.
2. 외부 모델을 경쟁자가 아니라 재료로 쓰자
계열사가 Claude를 쓰는 건 막을 일도, 막을 수 있는 일도 아니다. 오히려 연구원이 그룹의 AI 평가자이자 통합자가 될 수 있다. 어떤 업무에 어떤 모델이 맞는지 그룹의 데이터로 재고, 외부 모델과 EXAONE을 섞어 쓰는 시스템을 설계하고, 외부 모델로 풀리지 않는 부분만 직접 만드는 역할이다. EXAONE은 그 가운데 데이터가 밖으로 나가면 안 되는 곳, 비용을 크게 줄여야 하는 곳, 국가 사업처럼 독자 모델이 필요한 곳을 맡으면 된다.
3. 돈의 주기를 나누자
기반 모델처럼 여러 해에 걸쳐 투자해야 하는 일과, 계열사 현장 문제처럼 1년 안에 결과를 봐야 하는 일은 돈의 주기가 다르다. 지금은 둘 다 해마다 정하는 계열사 용역비로 움직인다. 기반 모델은 그룹 차원의 다년 예산이나 국가 사업으로, 현장 문제는 계열사 용역으로 나누는 편이 맞다고 본다. Alphabet이 2023년에 한 일이 이것이다. 다만 Meta의 FAIR 감원이 보여 주듯, 그룹 차원 예산도 한 방향으로 쏠리면 다른 연구가 밀려난다. 나누는 것만큼 나눈 돈을 무엇으로 평가할지가 중요하다.
4. 박사, 인턴, 엔지니어를 한 팀으로 묶자
연구소는 최고 수준의 박사를 앉혀 놓고 회사 일을 시켜야 한다. 그게 연구소가 존재하는 이유다. 동시에 그 일이 연구가 되게 해야 좋은 박사가 남는다. 답은 한 프로젝트에서 두 가지를 같이 내는 것이다. 현장에 넘길 결과물 하나, 학회에 낼 논문 하나.
이 이중 산출을 박사 혼자서 다 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연구 인턴을 연구 역량으로 써야 한다. 인턴 과제 하나하나를 "계열사 현장 문제이면서 논문이 되는 문제"로 미리 설계하고, 좋았던 인턴은 Google의 Student Researcher처럼 학기 중에도 붙잡아 두는 장치가 필요하다. 한국 대학원생에게는 세계 수준의 연구를 하면서 산업 현장을 만나는 드문 경로가 된다.
그리고 계열사 현장은 논문을 받지 않는다. 돌아가는 시스템을 받는다. 연구와 엔지니어링 사이에 서는 사람, 곧 논문을 읽고 쓸 줄 알면서 현장의 데이터 파이프라인과 공정 시스템에 직접 손을 대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연구원이 계열사 현장에 몇 달씩 머물고, 그 경험을 다시 연구 문제로 가져오는 순환을 제도로 만들어야 한다.
5. 현장 반영을 세자
마지막으로 무엇을 성과로 셀지 정해야 한다. 논문 수와 벤치마크 순위만 세면 연구소는 그것만 잘하게 된다. 몇 개의 결과가 실제로 계열사 현장에 들어갔는지, 들어간 뒤 무엇이 바뀌었는지를 매년 세고 공개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2026년 9월 LG AI 토크콘서트에서 산업별 전문가 모델을 소개한 것은 좋은 출발이다. 다음 단계는 발표한 기술 가운데 몇 개를 계열사가 가져갔는지 이듬해에 다시 세어 보는 것이다.
6. 한국에 돌려주자
LG AI연구원은 LG 그룹의 연구소이면서 독파모에 참여하는 몇 안 되는 국가대표 팀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그룹 밖, 한국에 돌려줄 것도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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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개: 국가 자원을 받은 모델은 누구나 가져다 쓸 수 있어야 하고, 실제로 얼마나 쓰이는지로 평가받아야 한다. K-EXAONE 2.0의 Apache 2.0 공개는 그 출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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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 미국 빅테크가 앱과 광고에서 AI의 쓸모를 증명했다면, 한국은 공장과 실험실에서 증명할 수 있다. LG AI연구원이 추진하는 24시간 자율 실험실(로봇이 실험하고 AI가 다음 실험을 설계하는 방식)이나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은 그 방향의 실험이다. (코리아타임스) 여기서 쌓은 방법이 공개되면 같은 고민을 하는 한국의 다른 제조 기업에도 쓸모가 생긴다.
확인하지 못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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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AI연구원 성과(난제 100여 건, ChatEXAONE 가입자 등)는 회사 발표 수치이고 독립 검증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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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열사 제조 AI 성과 가운데 어느 것이 EXAONE 기반인지는 공개 자료로 가려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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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stral의 제품별 매출 비중과 Forge 가격은 공개되지 않았다. "영업 계약이 매출 대부분"은 가격표 구조에서 나온 추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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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obe의 인턴 수치는 2016년 공식 블로그 기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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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론티어 사업의 출자 구조(SPC 여부, 정부와 민간 지분)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맺으며
따라잡기는 달성해야 할 목표이고, 달성될 것이다. 하지만 따라잡기 경쟁은 끝나지 않는다는 걸 언젠가 모두가 받아들이게 된다.
그때 연구소가 답해야 할 질문은 벤치마크 순위가 아니다. Google은 클라우드 계약 잔고로, Meta는 광고 전환율로 그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구가 떨어질 자리가 흩어져 있는 우리는 더 번거롭게 답해야 한다. 공정 하나, 실험실 하나, 사람 하나씩.
이 연구가 어느 현장의, 누구의 일을 바꿨는가.
참고자료
시장과 AI 회사
빅테크 연구소
연구 인턴과 협력 프로그램
LG와 한국 기업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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