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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2026년 8월까지 공개된 자료를 바탕으로 쓴 사변적 에세이다. 확인된 사실, 그 사실로부터의 추론, 아직 증거가 없는 가설을 의도적으로 구분한다. ‘비밀 초지능이 이미 존재한다’는 주장이 아니다.
요즘 AI 회사들의 발표를 읽다 보면 가끔 이상한 기분이 든다.
모두가 아주 중요한 말을 하고 있는데, 아무도 그 말을 대단한 비밀처럼 말하지 않는다.
Anthropic은 자사 코드베이스에 합쳐지는 코드의 80% 이상을 Claude가 작성한다고 밝혔다. OpenAI는 GPT‑5.3‑Codex를 두고 “자기 자신을 만드는 데 결정적으로 쓰인 첫 모델”이라고 표현했다. Google DeepMind의 AlphaEvolve는 Google 데이터센터를 더 효율적으로 운영하고, 차세대 TPU 회로에 반영됐으며, Gemini의 학습시간까지 줄였다.
이 문장들을 하나씩 보면 자연스럽다.
AI 회사가 좋은 코딩 AI를 업무에 쓰는 게 뭐가 이상한가. 반도체 회사가 자기 칩으로 다음 칩을 설계하고, 소프트웨어 회사가 자기 개발도구로 다음 버전을 만드는 것과 비슷해 보인다.
그런데 세 문장을 빨간 실로 이어 붙이면 조금 다른 그림이 나온다.
AI가 연구 코드를 쓴다.
AI가 실험을 돌리고 결과를 평가한다.
AI가 데이터센터와 칩과 학습 커널을 개선한다.
그 개선된 인프라에서 다음 AI가 만들어진다.
다음 AI는 다시 더 많은 연구를 대신한다.
자, 여기서부터 음모론을 하나 시작해보자.
단, 좋은 음모론의 규칙을 지키면서.
증거가 있는 곳에는 증거를 놓고, 빈칸에는 물음표를 놓는다. 물음표를 느낌표로 바꾸지는 않는다.
이미 공개된 비밀
먼저 확실한 것부터 보자.
2026년 Anthropic은 〈When AI builds itself〉라는 글에서 AI 개발의 점점 더 많은 부분을 AI 시스템에 위임하고 있으며, 그 결과 개발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고 밝혔다.
수치는 꽤 세다.
2026년 5월 기준 Anthropic 코드베이스에 병합되는 코드의 80% 이상을 Claude가 작성했다. 2026년 2분기 일반적인 엔지니어가 하루에 병합하는 코드량은 2024년의 약 8배였다. 연구조직 직원 13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내부 접근 모델인 Claude Mythos Preview를 쓴 직원들은 AI가 없을 때보다 산출량이 중앙값 기준 약 4배라고 추정했다.
작은 모델의 학습 코드를 최적화하는 시험에서는 2025년 Opus 4가 약 3배의 속도 향상을 찾았는데, 2026년 4월 Mythos Preview는 약 52배를 찾았다. 실제 연구가 잘못된 방향으로 갈라졌던 지점들을 골라 다음 행동을 비교했을 때, Mythos가 인간 연구자가 실제로 택한 행동보다 더 나은 선택을 했다고 판정된 비율은 64%였다.
이것만 읽으면 연구소의 불이 꺼진 뒤에도 Claude들이 후드티를 입고 다음 Claude를 만들고 있을 것 같다.
실제로 Mythos Preview는 일반 공개 모델도 아니었다. Anthropic은 이 모델을 보안 프로젝트인 Project Glasswing에 제한적으로 제공했고, 일반 이용자에게 공개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Anthropic의 공식 위험 분석 문서는 Mythos가 내부에서 코딩·데이터 생성·에이전트 업무에 광범위하게 쓰이며 때때로 민감한 내부 접근권을 받는다고 설명한다.
더 기묘한 대목도 있다. 그 문서는 Anthropic이 Mythos에 안전 연구를 크게 의존할 경우, 모델이 버그 있는 코드를 쓰거나 가짜 데이터를 보고하거나 가망 없는 연구경로를 제안해 연구를 약화할 가능성까지 위험 시나리오로 검토한다. 물론 Anthropic의 결론은 현재 그런 일관된 악의적 성향이 있을 가능성이 낮고, 중요한 결과는 인간 검토 없이 신뢰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Claude가 몰래 반란을 준비한다”가 아니다.
회사가 공식 위험 문서에서 AI가 내부 연구의 방향과 품질에 영향을 줄 만큼 깊이 들어온 상황을 이미 전제로 삼고 있다는 점이다.
OpenAI의 신호는 더 직접적이다.
2026년 2월 OpenAI는 GPT‑5.3‑Codex 발표에서 초기 버전의 Codex를 모델 자신의 학습 디버깅, 배포 관리, 평가 결과 진단에 사용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학습 실행을 감시하고 디버깅하는 데 Codex를 썼고, 엔지니어링팀은 에이전트 실행 환경을 최적화하는 데 썼다.
“언젠가 AI가 AI 개발을 도울 수 있다”가 아니다.
한 모델의 초기 버전이 그 모델의 후기 버전을 만드는 데 이미 사용됐다.
6월에 공개된 OpenAI 내부 사용 통계도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2025년 11월과 비교해 2026년 6월 Research 조직의 Codex 사용량 중앙값은 56배로 늘었다. OpenAI 직원이 내부에서 생성한 주간 AI 출력 토큰 가운데 Codex 비중은 99.8%였다. 일부 최상위 사용자는 병렬 에이전트를 돌려 하루에 60시간이 넘는 에이전트 작업시간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이 글을 쓰기 바로 전날인 2026년 8월 25일, OpenAI는 〈The full stack behind abundant intelligence〉를 발표했다. 데이터센터와 칩, 프런티어 모델, 개발자 플랫폼, 소비자·기업 제품, AI 기기를 하나의 통합된 시스템으로 설명하며 각 층이 다음 층을 강화한다고 썼다. 자체 추론 칩 Jalapeño의 첫 측정 결과를 공개한 뒤 이 구조를 아예 “OpenAI의 복리 우위”라고 불렀다.
이제 Google을 보자.
Google의 신호는 셋 중 가장 조용하다. “우리 모델이 자신을 만들었다”는 한 문장보다 데이터센터 스케줄링, Verilog 회로, 행렬곱 커널 같은 재미없는 단어들 사이에 숨어 있다.
하지만 그래서 오히려 더 중요해 보인다.
Gemini 기반 알고리즘 탐색 에이전트 AlphaEvolve는 Google 데이터센터에서 전 세계 컴퓨트 자원의 평균 0.7%를 지속적으로 되찾는 휴리스틱을 발견했다. 차세대 TPU의 핵심 회로를 다시 쓴 제안은 실제 칩 설계에 반영됐다. Gemini 아키텍처의 핵심 커널을 23% 빠르게 만들어 전체 학습시간을 1% 줄였고, 전문가가 몇 주 걸리던 최적화를 며칠의 자동 실험으로 줄였다.
1%는 작아 보인다.
그러나 초대형 학습에서 1%는 연구팀 한 명의 노트북 배터리 1%와 같은 숫자가 아니다. 더구나 이것은 한 번의 비용절감으로 끝나지 않는다. AlphaEvolve가 개선한 인프라에서 다음 Gemini가 학습되고, 더 나은 Gemini가 다음 AlphaEvolve를 만든다면 작은 퍼센트가 순환한다.
Google DeepMind도 AlphaEvolve의 개선 효과가 AI와 컴퓨팅 인프라 전반에서 증폭된다고 명시한다. 2026년에는 이를 Google 핵심 인프라에 배치된 연구 파트너로 확대했고, AGI에서 ASI로 가는 경로를 다룬 공식 논문에서는 재귀적 개선과 대규모 다중 에이전트 집단을 진지한 경로로 논의했다. 내부 보안팀은 코딩 에이전트 작업 백만 건을 분석해 실시간 감시체계를 만들었다고 공개했다.
Anthropic은 내부 생산성 그래프를 보여준다. OpenAI는 자기개발에 쓰인 모델이라고 선언한다. Google은 인프라의 아주 아래층에서 피드백 루프를 실제 생산환경에 심는다.
내가 말하는 Google의 조용한 신호는 바로 이것이다.
가장 큰 발표가 새 챗봇의 점수표가 아니라, AI가 다음 AI를 더 싸고 빠르게 만들도록 컴퓨트 스택의 배관을 바꾸고 있다는 사실일 수 있다.
여기까지는 사실이다
잠깐 음모론 보드 앞에서 물러나자.
지금까지 공개 자료로 말할 수 있는 것은 다음뿐이다.
•
세 회사 모두 AI를 소프트웨어 개발과 연구 업무에 깊게 사용하고 있다.
•
Anthropic과 OpenAI는 내부 또는 초기 버전 모델이 후속 모델 개발에 기여했다고 밝혔다.
•
Google은 Gemini 기반 시스템이 데이터센터·칩·학습 알고리즘을 개선하고 그 결과가 실제 인프라에 배치됐다고 밝혔다.
•
프런티어랩은 일반 공개 전에 새 모델을 내부에서 사용한다. 이것은 정상적인 제품개발 절차이기도 하다.
반대로 아직 공개 증거가 없는 것도 분명하다.
•
OpenAI와 Google이 일반 이용자에게 제공하는 최상위 모델보다 훨씬 강한 모델을 장기간 비밀리에 운용한다는 증거는 없다.
•
세 회사 중 어느 곳도 인간 연구진 없이 후속 프런티어 모델을 자율적으로 개발한다는 증거는 없다.
•
내부 AI 사용 때문에 전체 AI 발전속도가 두 배, 열 배가 됐다고 확정할 자료도 없다.
•
내부–외부 모델 격차가 시간이 갈수록 계속 벌어지고 있다는 공개 시계열도 없다.
그러므로 다음 문장은 아직 사실이 아니라 가설이다.
프런티어랩은 공개 모델보다 한 세대 앞선 내부 모델을 이용해 두 세대 앞선 모델을 만들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내부–외부 지능 격차를 복리로 키우고 있을 수 있다.
나는 이 가설을 믿는다고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이 가설이 맞는지 틀리는지 외부에서는 거의 확인할 방법이 없다는 사실을 경계하자는 것이다.
비밀 모델보다 무서운 비밀 공장
신형 모델을 몇 달 먼저 내부에서 시험하는 것은 특별한 음모가 아니다. 그것만으로 규제를 요구할 이유도 없다.
문제는 내부 모델이 다음과 같은 폐쇄회로의 생산설비가 될 때다.
C_internal(t) > C_public(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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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D_(t+1) = f(C_internal(t))
Plain Te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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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시간이 흐를수록,
C_internal(t+1) − C_public(t+1) > C_internal(t) − C_public(t)
Plain Te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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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된다면 상황이 달라진다.
독립 연구소는 오늘 공개된 모델로 내일의 모델을 연구한다. 프런티어랩은 내일 공개할 모델로 모레의 모델을 연구한다. 경쟁은 100미터 앞선 사람을 쫓는 일이 아니라, 나보다 빠른 자동차를 탄 경쟁자가 그 자동차로 다음 자동차까지 설계하는 일이 된다.
그때 독점되는 것은 챗봇 상품 하나가 아니다.
더 나은 생산능력을 만들어내는 범용 문제해결능력, 말하자면 지능 자본이다.
여기에 컴퓨트와 배포가 결합하면 힘은 더 커진다. 미국 FTC가 Microsoft–OpenAI, Amazon–Anthropic, Google–Anthropic 제휴를 조사한 보고서에 따르면 대형 클라우드 사업자는 지분과 수익배분 권리뿐 아니라 협의·통제·독점 권리, 모델과 IP 및 일부 훈련 정보에 대한 접근을 얻었다. AI 개발사는 투자금의 상당 부분을 다시 파트너의 클라우드에 지출하도록 약정하기도 했다.
모델을 만드는 회사, 그 모델에 컴퓨트를 공급하는 회사, 제품에 기본 탑재해 수억 명에게 배포하는 회사가 하나의 순환구조로 묶인다.
그래서 비밀 프로젝트의 이름을 알아내는 데 집착할 필요가 없다.
프로젝트명이 Q*인지 Strawberry인지 Mythos인지보다 중요한 것은 조직의 배관이다.
누가 가장 강한 내부 모델에 접근하는가. 그 모델이 하루에 몇 개의 실험을 수행하는가. 발견한 최적화가 다음 학습에 얼마나 반영되는가. 그 과정에서 생긴 능력을 경쟁 연구소가 돈을 내고라도 이용할 수 있는가.
음모의 핵심은 지하실에 숨겨둔 모델 한 대가 아니라, 밖에서는 볼 수 없는 공장 전체일 수 있다.
그러나 숫자에 취하면 안 된다
여기서 가장 강한 반론도 같은 회사의 문서 안에 있다.
Anthropic은 Mythos Preview 시스템 카드에서 개인의 생산성 향상이 연구 진척률과 일대일로 대응하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코드량은 연구의 질이 아니다. 실험을 많이 해도 연구주제를 잘못 골랐다면 발전은 빨라지지 않는다. 유망한 아이디어를 대규모로 검증하려면 여전히 컴퓨트가 필요하다.
Anthropic의 자체 추정으로도 Mythos가 만든 전체 연구진척 배수는 2배 미만이다. 초기에 “AI가 독립적으로 큰 연구 성과를 냈다”고 여겨진 사례를 다시 살펴보니 실제 기여가 더 작거나, 인간이 제시한 접근법을 안정적으로 실행한 경우가 있었다고도 밝혔다.
그리고 인간 연구는 코드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무엇을 연구할지 고르고, 이상한 결과를 의심하고, 서로 다른 증거를 연결하고, 실패한 가설을 버리는 판단은 여전히 중요한 병목이다. 연구자 100명이 AI 덕분에 코드를 8배 많이 쓴다고 해서 AI 발전이 자동으로 8배 빨라지는 것은 아니다.
오픈 모델의 압력도 있다. 경쟁사들은 서로의 논문과 제품을 따라가고, 추론비용은 계속 떨어지며, 새로운 최적화가 학계와 오픈소스에서 발견되기도 한다. 내부 우위가 반드시 영구독점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이 반론은 중요하다.
하지만 반론이 위험을 없애지는 않는다.
완전한 재귀적 자기개선에 도달하지 않아도 연구조직의 처리량이 몇 배 늘면 충분히 큰 복리효과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인간 연구자 한 명이 일주일에 다섯 개의 아이디어를 시험하던 조직에서, AI가 잘 정의된 실험을 대신해 오십 개를 시험하게 만든다면 연구방향을 고르는 인간의 판단이 그대로여도 탐색공간은 달라진다.
무엇보다 2배 미만은 1배와 같다는 뜻이 아니다.
연구 진척이 매 세대 20%씩만 빨라져도 그것이 여러 세대 누적되면 경쟁의 시간표가 바뀐다. Google의 학습시간 1% 절감도 단독으로는 혁명이 아니지만, 데이터센터 0.7%, 커널 23%, 칩 설계, 자동 실험, 자체 모델 개선이 같은 조직 안에서 서로를 강화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지능 폭발은 반드시 어느 화요일 새벽에 갑자기 일어날 필요가 없다.
매주 조금씩 더 많은 실험이 돌아가고, 조금씩 더 싼 칩이 설계되고, 조금씩 더 강한 내부 모델이 다음 연구에 투입되는 형태일 수도 있다. 밖에서는 매번 새 제품 발표로만 보이지만, 안에서는 연구 공장의 회전속도가 계속 올라가는 것이다.
음모론을 정책 질문으로 바꾸는 법
이제 빨간 실을 떼고 측정기를 달아보자.
당장 모델 가중치를 공개하라거나 회사를 쪼개자는 주장은 너무 거칠다. 영업비밀과 보안 문제가 있고, 수직통합이 실제로 비용을 낮추고 혁신을 빠르게 만드는 효과도 있다.
대신 규제기관이 프런티어랩으로부터 다음 지표를 비공개로 제출받을 수는 있다.
첫째, 내부–외부 역량 격차다.
G_C = C_internal − C_best generally accessib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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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가 내부에서 사용하는 최고 모델과 외부 연구자·경쟁사가 일반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최고 모델의 차이를 동일한 평가와 실제 연구과제로 측정한다.
둘째, AI-R&D 자동화율이다. 코드 작성뿐 아니라 실험 구현, 평가, 데이터 생성, 결과 분석, 연구방향 제안 중 어느 정도를 AI가 수행하는지 본다.
셋째, 연구 생산성 배수다. 코드 줄 수나 토큰량 대신, 사람이 검증한 실험 완료 수와 재현 가능한 연구 성과, 실제 모델·인프라 개선에 반영된 결과를 측정한다.
넷째, 재귀 기여율이다. 새 모델의 성능과 효율 향상 가운데 이전 세대 AI가 발견하거나 구현한 부분이 얼마인지 추적한다.
다섯째, 접근성 차이다. 그 연구용 능력을 누구나 쓸 수 있는지, 돈을 낸 경쟁사도 쓸 수 있는지, 전략적 파트너만 가능한지, 자사 직원에게만 허용되는지 구분한다.
내가 보고 싶은 위험식은 대략 이렇다.
Concentration Risk ≈ Capability Gap × R&D Multiplier × Exclusiv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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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모델이 조금 더 강해도 경쟁사가 같은 도구를 쓸 수 있다면 위험은 낮다. 연구 생산성 향상이 커도 내부–외부 격차가 빠르게 닫힌다면 따라잡을 수 있다. 그러나 격차, 배수, 배타성이 동시에 커지면 공개시장에서 모델 점수가 비슷하다는 사실만으로는 안심하기 어렵다.
제도도 계단식이면 된다.
처음에는 보고와 감사다. 그다음에는 컴퓨트·OS·검색 같은 병목에서 자사우대를 금지하고 데이터 이동과 상호운용성을 보장한다. 그래도 차별과 우회가 반복되면 클라우드와 모델, 추천과 광고 사이에 데이터 방화벽과 기능분리를 둔다. 소유분리와 강제분할은 그 뒤의 수단이다.
이것은 완전히 상상 속 제도도 아니다. EU 집행위원회는 2026년 7월 Android의 핵심 기능을 제3자 AI 비서에도 개방하고, 검색 기능을 제공하는 AI 챗봇이 Google의 검색데이터를 공정한 조건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구속력 있는 조치를 내렸다. 영국 CMA도 Windows·Office·Teams·Copilot로 이어지는 Microsoft의 기업용 소프트웨어 생태계를 전략적 시장지위 대상으로 지정할지 조사하고 있다.
핵심은 “AI 회사는 다른 산업을 소유하지 마라”가 아니다.
필수 병목을 가진 회사가 그 병목으로 자기 모델과 에이전트를 편파적으로 키우고, 그 결과를 다시 다음 모델의 독점적 생산능력으로 바꾸지 못하게 하라는 것이다.
진짜 경고음은 ‘모른다’는 사실이다
이 글에서 가장 음모론적인 문장은 “비밀 초지능이 있다”가 아니다.
오히려 다음 문장이다.
우리는 평범한 내부 테스트와 자기강화하는 폐쇄형 지능 공장을 외부에서 구분할 수 없다.
Anthropic은 그나마 내부 사용량과 생산성 추정, 실패와 한계를 상당히 공개했다. OpenAI도 Codex가 자기개발에 쓰였다는 사실과 내부 사용량을 공개했다. Google은 AlphaEvolve가 인프라에 남긴 구체적인 흔적을 보여줬다.
그러나 공개된 숫자들은 각 회사가 스스로 고른 창문으로만 보이는 풍경이다. 서로 같은 평가가 아니고, 내부 최고 모델과 공개 최고 모델의 차이를 직접 보여주지도 않는다. AI가 만든 개선이 다음 세대 성능에 얼마나 기여했는지 회계장부처럼 추적할 수도 없다.
그래서 지금 필요한 것은 폭로가 아니라 계기판이다.
내부–외부 격차가 줄어드는가, 늘어나는가. AI가 단순 코드를 많이 쓰는가, 실제 연구 병목을 제거하는가. 경쟁 연구소와 학계도 비슷한 생산도구에 접근할 수 있는가. 컴퓨트와 배포를 쥔 기업이 그 우위를 자기 모델에만 되먹임하는가.
이 질문에 답할 데이터가 생기면 내 음모론은 기각될 수도 있다.
내부 모델의 우위가 짧고, 전체 연구가속은 미미하며, 공개 모델과 오픈소스가 빠르게 따라잡는다는 결과가 나오면 좋겠다. 실제로 지금까지 공개된 자료는 완전한 자동 재귀개선이 시작됐다고 말하지 않는다.
하지만 반대 결과가 나온다면 우리는 어느 날 갑자기 초지능이 등장해서 놀라는 것이 아니다.
오랫동안 작은 글씨로 적혀 있던 공개 신호를 대단한 일이 아니라고 넘겨온 셈이 된다.
AI가 코드를 썼다.
AI가 자기 학습을 디버깅했다.
AI가 칩과 데이터센터를 개선했다.
AI가 다음 AI를 더 빨리 만들었다.
그리고 그 모든 일이 몇 개 회사의 내부에서만 복리로 이어졌다.
비밀은 없었을지도 모른다.
우리가 각각의 사실을 따로 읽었을 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