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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근은 어떻게 돈을 버는가?

부제
국내에서 새롭게 ‘개발’한 새로운 기회? 아니면 국내에서만 가능한 토종 BM? 중고거래 앱이 아니라, ‘한국형 로컬 데이터 기업’으로 봐야 한다.
작성일
2026/03/24

세종 코멘트

학부 동기들과 discord에서 이야기하다가 떠오름.
Bismute는 접니다 하핳

ChatGPT Generated

최근 주변에서 “당근 1월 영업이익이 100억 원을 찍었다더라”, “이쯤 되면 연간 영업이익 1000억 원도 가능한 회사 아니냐” 같은 말이 나오는 건 꽤 흥미롭다. 공개된 월별 숫자는 아니어서 ‘1월 100억’ 자체는 확인하기 어렵지만, 이 반응이 완전히 허황된 것은 아니다. 당근은 2024년 별도 기준 매출 1,891억 원, 영업이익 376억 원을 기록했고, 2025년 1분기에는 별도 기준 매출 578억 원, 영업이익 164억 원을 냈다. 즉 “중고거래 앱이 생각보다 훨씬 돈을 잘 번다”는 인상은 실제 숫자와 꽤 부합한다. (당근)
실제로 당근의 매출 추이를 보면 놀라움이 과장이 아니다. 2020년 118억 원, 2021년 257억 원, 2022년 499억 원, 2023년 1,276억 원, 2024년 1,891억 원으로 5년 만에 약 16배 성장했다. 수익성도 급격히 바뀌었다. 2022년에는 499억 원 매출에도 영업손실 463억 원을 기록했지만, 2023년에는 영업이익 173억 원으로 창사 이후 첫 연간 흑자를 냈고, 2024년에는 376억 원으로 다시 3.8배 뛰었다. 이 흐름만 봐도 당근은 “성장하지만 적자인 플랫폼”에서 “현금 창출이 가능한 플랫폼”으로 이미 성격이 바뀌었다고 보는 편이 맞다. (미래를 보는 창 - 전자신문)
중요한 건 어디서 돈을 버느냐다. 많은 사람이 아직도 당근을 중고거래 앱으로 이해하지만, 숫자를 뜯어보면 본질은 다르다. 당근의 실적 성장은 회사 스스로도 “광고 사업이 주도했다”고 설명한다. 2023년에는 광고 매출이 전년 대비 2.5배 이상 늘었고, 2024년에도 광고주 수는 37%, 집행 광고 수는 52% 증가했다. 창업자 김용현 대표 역시 당근 광고가 “월 매출 100억 원이 넘는 모델”로 성장했다고 말했다. 즉 당근은 거래 수수료 기업이 아니라, 거래와 커뮤니티를 통해 쌓인 지역 수요를 광고 매출로 전환하는 회사다. (당근)
여기서 Bismute의 표현이 꽤 정확해진다. 당근은 “초정밀 하이퍼로컬 타겟 광고 + 애초에 구매전환이 높은 고객들을 보유”한 회사다. 이건 감상적인 비유가 아니라 플랫폼 구조를 정확히 짚은 말이다. 당근의 이용자는 이미 물건을 사거나 팔려고, 혹은 동네 정보를 찾으려고 앱에 들어온 사람들이다. 즉 사용자의 의도가 본질적으로 상업적이고 생활밀착적이다. 이런 사용자는 아무 생각 없이 피드를 스크롤하는 이용자보다 광고 전환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광고 노출 범위가 “대한민국 전체”가 아니라 “내 생활권 반경”으로 좁혀지기 때문에, 동네 학원·카페·부동산·병원·미용실·프랜차이즈 매장이 광고비를 집행할 유인이 강하다. 실제로 당근은 지역 내 중소형 사업자뿐 아니라 브랜드와 기업 광고까지 흡수하며 광고 플랫폼을 고도화했다고 설명한다. (당근)
이 지점에서 당근은 단순한 중고마켓이 아니라 로컬 검색과 로컬 광고의 결합체로 보인다. 네이버가 검색 의도를 수익화했다면, 당근은 생활권 내 거래·구인·부동산·동네생활이라는 행동 데이터를 수익화한다. 다시 말해 네이버가 “무엇을 찾는가”를 장악했다면, 당근은 “어디에서, 지금, 무엇을 하려는가”를 장악하는 쪽에 가깝다. 그래서 당근의 광고 상품은 배너 몇 장 파는 수준이 아니라, 동네의 실수요를 읽어내는 지역 수요 엔진으로 해석해야 한다. 이 해석은 당근이 2025년 3월 기준 전국 6,577개 지역, 누적 가입자 4,300만 명, 주간 방문자 수 1,400만 명 규모로 커졌다는 사실과도 잘 맞아떨어진다. 수요 밀도가 충분히 높아졌기 때문에 광고 효율이 구조적으로 나온다. (미래를 보는 창 - 전자신문)
그렇다면 더 재미있는 질문이 생긴다. 왜 이런 회사는 한국에서는 이렇게 잘 되는데, 해외에서는 잘 안 되느냐는 것이다. 흔히 한국 특유의 ‘정(情) 문화’나 신뢰자본을 이야기하지만, 그 설명은 절반만 맞다. 신뢰가 거래 비용을 낮추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만으로 당근 같은 수익 구조가 나오는 것은 아니다. 핵심은 문화보다 도시 구조, 데이터 구조, 광고 시장 구조다.
첫째, 한국은 도시 밀도와 생활권 밀도가 너무 높다. 서울과 수도권은 세계적으로도 매우 높은 인구 밀도와 아파트 중심 생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것은 “동네”를 추상적 개념이 아니라 실제 경제 단위로 만든다. 가까운 거리 안에 거래 상대, 사장님, 구직자, 고객이 모두 밀집해 있다. 당근에서 ‘하이퍼로컬’이 말이 되는 이유는, 한국의 오프라인 경제 자체가 이미 하이퍼로컬하게 압축되어 있기 때문이다. 해외 대도시, 특히 북미의 스프롤형 도시에서는 차로 20~30분 이동하는 일이 흔해서 “근처 거래”의 가치가 한국만큼 크지 않다. 같은 앱이라도 효용 함수 자체가 달라진다. 이건 정서가 아니라 지리와 인구 구조의 문제다. 당근이 한국에서 광고 효율까지 확보한 이유 역시, 광고주와 소비자가 매우 좁은 생활권 안에 함께 존재하기 때문이다. (미래를 보는 창 - 전자신문)
둘째, 한국에는 국내 사업자가 장악한 정교한 로컬 정보 인프라가 오래 존재했다. 여기서 네가 붙여준 구글 지도 논점이 중요해진다. 2026년 2월 정부는 구글의 1:5,000 지도 국외반출 신청을 엄격한 조건 아래 허가했다. 정부 발표를 보면, 이는 단순 관광 편의가 아니라 국가가 민감하게 다뤄온 전략 데이터였다. 동시에 여기서 한 가지 구분도 필요하다. 대중 담론에서는 이것을 “고정밀 지도”라고 많이 부르지만, 국토지리정보원 분류상 1:5,000은 국가기본도이고, 1:1,000이 ‘고정밀 전자지도’다. 즉 영상에서 다소 뭉뚱그려진 부분은 있지만, 핵심은 맞다. 한국의 로컬 공간정보는 매우 구조화된 전략 자산이라는 점이다.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이 사실은 당근을 이해하는 데도 중요하다. 한국의 디지털 경제에서는 “로컬”이 그냥 GPS 좌표 몇 개가 아니라, 촘촘하게 관리된 공간정보 + 고밀도 오프라인 상권 + 높은 모바일 침투율이 결합된 영역이다. 네이버지도, 카카오맵, T맵 같은 국내 서비스들이 1:5,000 수준 데이터를 바탕으로 길안내와 상권 경험을 정교화해온 환경에서, 당근은 지도 API 회사가 아니라도 충분히 강한 로컬 서비스가 될 수 있었다. 왜냐하면 당근의 진짜 자산은 도로 그 자체가 아니라, 생활권 안의 사람·가게·물건·구인 수요가 어떻게 매칭되는지에 대한 민간 데이터이기 때문이다. 쉽게 말하면 정부와 지도 회사가 ‘공간의 좌표’를 다듬었다면, 당근은 그 위에 ‘생활의 수요 지도’를 쌓은 셈이다. 이게 한국형 하이퍼로컬 플랫폼의 본질이다.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셋째, 해외에서는 이미 Meta·Google·Yahoo 계열 플레이어들이 이런 로컬 광고의 핵심 자산을 상당 부분 선점하고 있다. Bismute가 농담처럼 말한 “모종의 수단으로 모든 정보를 얻게 된” 회사들이라는 표현은 다소 과격하지만, 구조적으로는 맞다. 해외 빅테크는 검색, 지도, 소셜그래프, 결제, 광고 네트워크를 이미 결합해 로컬 광고 타기팅 역량을 확보해왔다. 반면 한국은 규제, 언어, 시장 구조, 국내 플랫폼의 강한 존재감 때문에 이 영역이 완전히 단일 글로벌 플레이어에게 넘어가지 않았다. 바로 그 빈틈에서 당근이 성장했다. 그래서 해외에서 당근이 잘 안 되는 이유를 단지 “정 문화가 없어서”라고 보면 너무 피상적이다. 더 정확한 설명은 이렇다. 해외에서는 이미 다른 회사들이 로컬 광고를 학습하고 최적화할 데이터·채널·광고주 관계를 선점해버렸고, 한국은 그 지형이 달랐다.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넷째, 구글 지도 반출 논란은 “지도 서비스”를 둘러싼 싸움이 아니라, 사실상 누가 로컬 데이터를 기반으로 AI·광고·모빌리티 생태계를 장악할 것인가를 둘러싼 싸움에 더 가깝다. 연합뉴스가 인용한 대한공간정보학회 포럼에 따르면, 고정밀 지도 반출 시 향후 10년간 150조~197조 원의 비용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이 제시됐고, 해외 플랫폼 API 비용 유출 규모도 6.3조~14.2조 원으로 추산됐다. 이 수치는 아직 학계·업계의 추정치이지 정부 공식 피해액은 아니므로 절대화할 필요는 없지만, 적어도 정책 논쟁의 초점이 “안보만의 문제”가 아니라 플랫폼 종속 비용에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연합뉴스)
이 프레임을 당근에 대입하면 굉장히 선명해진다. 당근의 경쟁력은 “중고거래 UI가 편하다”가 아니다. 진짜 경쟁력은 로컬 생활권의 민간 데이터 그래프를 쥐고 있다는 것이다. 어느 동네에서 어떤 카테고리의 물건이 잘 돌고, 어느 반경에서 어떤 업종 광고가 먹히고, 어떤 지역에서 구인과 부동산, 커뮤니티 활동이 함께 일어나는지를 앱 안에서 학습한다. 즉 당근은 사용자가 올린 게시글을 모아놓은 게시판이 아니라, 한국 생활권의 수요와 전환을 읽는 엔진이다. 그리고 이 데이터는 단순한 인구통계나 위치 좌표보다 강하다. 왜냐하면 “누가 어디에 사는가”보다 “누가 지금 무엇을 거래하고, 무엇을 찾고, 무엇에 반응하는가”가 광고에는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 당근은 한국판 Craigslist도, 단순 중고나라도 아니다. 오히려 한국의 고밀도 오프라인 경제 위에 세워진 하이퍼로컬 인텐트 플랫폼에 가깝다. (당근)
그래서 “당근이 연간 영업이익 1000억 원을 노릴 수 있는 회사였나?”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이제는 “생각보다 그렇다”에 가깝다. 공개된 수치만 봐도 2025년 1분기 영업이익 164억 원이면 단순 연환산만으로도 600억 원대다. 물론 분기별 계절성, 투자 확대, 해외 사업 변수 때문에 곧장 1000억 원으로 단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2024년 376억 원, 2025년 1분기 164억 원이라는 숫자는 최소한 이 회사가 더 이상 “언젠가 돈 벌지도 모르는 커뮤니티 앱”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이익의 질도 나쁘지 않다. 비용을 무리하게 깎아 만든 흑자가 아니라, 광고주 수와 광고 집행 건수가 실제로 늘면서 매출이 성장하고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당근)
정리하면, 당근을 이해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이것이다.
당근은 중고거래 앱이 아니라, 한국의 로컬 경제를 가장 정교하게 디지털화한 민간 데이터 회사다.
정부와 국내 지도 생태계가 한국의 공간을 구조화했다면, 당근은 그 위에 생활권 수요를 구조화했다.
그리고 바로 그 덕분에 당근은 “거래 서비스”보다 “광고 서비스”로 돈을 번다.
이 해석이 맞다면, 당근의 미래를 보는 관점도 달라진다. 앞으로의 질문은 “중고거래가 더 커질까?”가 아니라, 이 생활권 데이터 위에 어떤 고마진 서비스를 더 얹을 수 있느냐가 된다. 구인, 부동산, 중고차, 지역 커머스, 오프라인 리드 생성, 지역 CRM, 심지어 AI 기반 로컬 추천까지 모두 같은 방향에 있다. 즉 당근의 업사이드는 거래량이 아니라, 로컬 인텐트 데이터를 얼마나 더 비즈니스화하느냐에 달려 있다. 그리고 이 점에서 당근은 한국 시장에서 생각보다 훨씬 큰 회사가 될 가능성이 있다. (당근)